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나무에 소리를 새기는 전통 가야금 제작 장인
전남 담양의 한 목공방에서는 맑고 은은한 현악기의 울림이 새어 나온다. 이곳에서 박성우(가명, 57세) 장인은 30년 넘게 전통 가야금을 제작해왔다. 그의 손끝에서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소리를 품은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가야금은 나무와 줄이 어울려 울리는 소리입니다. 나무가 살아 있어야 줄도 노래를 합니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 고르는 안목으로 시작된다
가야금 제작의 시작은 나무 선택이다. 보통 밤나무나 오동나무를 사용한다. 박 장인은 직접 산에 올라 나무의 나이와 결을 확인한다. 특히, 오동나무는 너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아야 좋은 울림을 낸다.
그는 “나무는 사람처럼 제각각 성격이 다르다. 그 성격을 알아야 좋은 악기가 된다”라고 말한다.
형태와 울림을 조율하는 장인의 하루
선택된 나무는 건조 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된다. 박 장인은 최소 5년 이상 건조된 나무만 사용한다. 그 뒤 나무를 깎아 울림통을 만들고, 세밀하게 곡선을 다듬는다. 이때 작은 오차 하나가 전체 음색에 큰 영향을 준다.
그는 작업 중 귀를 기울여 나무를 두드려 본다. 맑고 깊은 울림이 나야 비로소 줄을 매달 준비가 된 것이다.
줄을 매달며 생명을 불어넣는 장인의 하루
가야금 줄은 명주실로 꼬아 만든다. 박 장인은 줄을 하나하나 걸며 소리를 확인한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긴장하면 소리가 뻣뻣해진다. 적당한 힘과 균형이 있어야 부드럽고 풍성한 음색이 나온다.
그는 “줄은 사람의 성대와 같다. 얼마나 숨을 불어넣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장인의 하루는 전통을 이어가는 마음이다
완성된 가야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노래하는 매개체가 된다. 박 장인은 최근 젊은 음악가들과 협업해 가야금을 현대 음악과 접목시키고 있다. 그는 말한다. “전통은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어울려야 한다. 그래야 오래 살아남는다.”
그의 하루는 오늘도 나무와 줄, 그리고 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전남 담양,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 가야금을 제작하는 박성우 장인의 하루. 전통 악기의 울림과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