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붓끝에 혼을 담는 전통 서예 장인

goomio1 2025. 8. 20. 07:34

서울 종로의 오래된 한옥 마을, 잉크 냄새와 함께 고요한 붓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곳의 주인공 윤도현(가명, 63세) 장인은 40년 넘게 서예에 몰두해 온 인물이다. 그의 하루는 새벽, 벼루에 먹을 갈아 올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검은 먹빛이 은은히 번지며, 그는 하루의 첫 호흡을 맞춘다. “서예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담는 예술입니다.” 윤 장인은 말한다.

 

전통 서예 장인의 하루

먹을 갈며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

서예의 첫 과정은 먹을 가는 일이다. 윤 장인은 천천히 돌벼루 위에 먹을 문지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는 말한다. “먹을 갈지 않고 붓을 드는 것은 마음을 준비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에게 먹 갈이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명상과도 같은 과정이다.

그는 아침마다 제자들에게 “급히 쓰려 하지 말라. 붓을 들기 전, 마음이 고요해야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당부한다.

 

장인의 하루는 붓끝에서 살아나는 글자에서 시작된다

서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붓을 잡는 자세다. 손목의 각도와 힘의 배분이 달라지면 글씨의 기운도 달라진다. 윤 장인은 붓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온몸의 기운을 손끝으로 모아낸다. 한 글자가 완성될 때마다 숨을 고르고, 다시 호흡을 이어간다.
그는 “서예는 힘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호흡으로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의 글씨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글씨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 숨어 있는 장인의 하루

윤 장인은 단순히 글씨만 쓰지 않는다. 의뢰받는 문구를 쓸 때마다, 글을 의뢰한 사람의 사연을 먼저 듣는다. 어떤 이는 부모님의 유훈을 벽에 걸고 싶어 했고, 또 다른 이는 자녀에게 전할 좌우명을 의뢰했다. 윤 장인은 그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고, 먹과 붓으로 표현한다.
한 번은 한 청년이 ‘견디면 꽃이 핀다’라는 글귀를 부탁했다. 윤 장인은 청년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간절함을 읽고, 힘찬 붓 strokes으로 글씨를 완성했다. 청년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인의 하루는 전통을 지키며 나아간다

서예는 이제 디지털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예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윤 장인은 다르게 본다. 그는 젊은 세대와 함께 서예 전시회를 열고, 캘리그래피와 접목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그는 말한다. “전통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을 주어야 합니다.”
그의 하루는 오늘도 먹과 붓, 그리고 마음을 담은 글씨로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 종로, 전통 서예를 통해 마음을 담는 윤도현 장인의 하루. 먹과 붓끝에 담긴 인생과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