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LP판의 소리를 되살리는 아날로그 음향 장인
서울 낙원상가 인근, 오래된 건물 2층에 들어서면 희미하게 들려오는 바늘 긁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나무 향이 풍겨온다. 그곳은 김세환(가명, 64세) 장인의 아날로그 음향 복원 작업실이다. 벽 한쪽에는 수십 장의 LP판과 턴테이블이 정리돼 있고, 반대편에는 고운 솔과 세척액, 미세한 나사드라이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김 장인은 40년 가까이 빛바랜 LP판 속 음악을 되살려 왔다.
그는 말한다. “음악은 소리로 기억되는 추억이죠. 그 소리를 되찾아주는 게 제 일입니다.”
장인의 하루는 먼지를 걷어내는 첫 손길에서 시작된다
LP판 복원의 첫 단계는 표면 세척이다. 세월이 쌓인 먼지와 곰팡이는 소리를 탁하게 만들고, 바늘이 튀게 한다. 김 장인은 손바닥보다 작은 부드러운 붓으로 홈 사이사이 먼지를 털어낸 뒤, 특수 제작된 세척액으로 표면을 닦는다.
그는 한 번, 1970년대 발매된 희귀 재즈 음반을 맡았다. 표면은 먼지와 흠집으로 가득했고, 몇몇 부분은 심하게 긁혀 있었다. 김 장인은 세 번에 걸쳐 세척을 반복하고, 미세한 흠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홈을 정밀하게 손질했다. 세척 후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온 첫 음은 의뢰인의 눈물을 불러냈다.
소리를 복원하는 기술을 담는 장인의 하루
LP판은 단순히 표면을 닦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김 장인은 턴테이블과 카트리지, 앰프 세팅까지 조율하며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복원한다. 오래된 음반은 속도나 음정이 미세하게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정하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린다.
그는 클래식 음악 음반을 복원할 때는, 연주 당시의 홀 울림과 악기 배치를 참고하기 위해 같은 곡의 라이브 녹음을 비교 청취한다. “그 시대의 녹음 환경을 이해해야, 그 시대의 소리를 되살릴 수 있어요.”
장인의 하루엔 음악과 함께 돌아온 시간이 있다
김 장인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고객이 복원된 음반을 듣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표정을 지을 때다. 50대 한 남성은 대학 시절 연인과 함께 들었던 팝송 LP를 복원해 달라고 의뢰했다. 복원이 끝난 날, 그는 턴테이블 앞에서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때의 공기와 냄새까지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이처럼 LP 복원은 단순히 소리를 되찾는 일이 아니라, 잊힌 감정을 깨우는 작업이다.
장인의 하루 오늘도 바늘은 돌아간다
김세환 장인의 하루는 언제나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리는 순간 완성된다. 그는 한 장의 음반을 복원하는 데 이틀에서 사흘을 투자한다. 상업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한 장의 LP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는 돈으로 살 수 없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소리는 다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오래된 음악은 또 다른 세대의 추억이 된다.
서울 낙원상가, 오래된 LP판 속 음악을 되살리는 김세환 장인의 하루. 아날로그 소리 복원 기술과 감동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