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종이간판을 복원하는 간판 장인

goomio1 2025. 8. 6. 09:09

대형 LED 간판이 도시를 뒤덮은 요즘, 골목 어귀에 남겨진 손글씨 간판은 더없이 정겹다. 그것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한 가게의 역사이며 시대의 흔적이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골목, 복고풍 상가 사이에 자리한 조그마한 공방에서 홍석민(가명, 62세) 장인은 종이 간판과 나무 간판을 수작업으로 복원하는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말한다. “간판은 한 가게의 얼굴이에요. 그래서 이걸 되살리는 건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그리는 일이죠.”

 

오래된 종이간판을 복원하는 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간판 복원은 글씨부터 시작된다

홍석민 장인은 먼저 글씨체를 분석한다. 복원 의뢰를 받으면, 오래된 간판 사진이나 실제 조각을 바탕으로 손글씨를 그대로 살려낸다. “디지털 폰트로는 안 되는 곡선이 있어요. 손글씨는, 손의 떨림까지 그 사람의 것이거든요.”

기억에 남는 작업은 1969년부터 운영되던 한 떡집의 종이 간판 복원이었다. 빛바랜 종이는 찢겨 있었고, 먹물도 거의 지워졌다. 그는 옛 간판에 쓰인 닿자체를 그대로 연습해 붓으로 새로 썼고, 종이는 전통 한지를 염색해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었다.

 

종이, 나무, 시간의 질감을 살리는 손기술을 담은 장인의 하루

현대 간판은 PVC, LED, 아크릴이 주를 이루지만, 홍 장인은 오직 종이와 나무만을 고집한다. 그는 전통 먹과 천연 염료, 송진 오일을 이용해 질감을 살린다.

“요즘 간판은 1년 쓰고 바꾸지만, 예전 간판은 10년, 20년도 버텼어요. 그 차이는 손의 정성에 있어요.” 한 번은 익선동에서 복고풍 카페를 오픈한 점주가 ‘70년대 약국 간판’을 복원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틀어진 원목틀까지 그대로 재현해, 손님들이 일부러 간판을 보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복원은 그 시대의 ‘공기’를 담는 일이고 그것이 장인의 하루이다

홍 장인은 간판을 복원할 때 당시의 시대감까지 반영하려 애쓴다. 배경색, 글씨 비율, 간판의 크기까지 그 시대적 특성을 그대로 살린다. “그때는 파란색도 지금처럼 선명하지 않았어요. 약간 바랜 느낌이 있어야죠.”

그는 복원 작업 전, 반드시 옛 간판 사례를 수십 개 분석하고,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냥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골목의 공기를 그려야 해요.”

 

간판 위에 다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장인의 하루

홍석민 장인의 하루는 먹을 갈고, 붓을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붓끝이 종이를 누르는 감각, 손목을 돌리는 습관, 눈으로 맞추는 간격이 손기술이다.

“간판이 다시 걸리는 순간, 그 골목이 살아나요.” 그는 간판을 다시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가게의 얼굴을 다시 찾아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사람의 기억을 붓끝으로 되살리는 시간이다.


서울 종로구, 오래된 손글씨 간판을 복원하는 장인이 있다. 골목의 얼굴을 다시 그리는 홍석민 장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