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돌담을 쌓는 석공 장인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담벼락이 눈에 들어온다.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엔 세심한 손길과 반복된 기술의 흔적이 느껴진다. 충남 예산의 한 시골 마을. 작은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에, 여전히 손으로 돌을 쌓아 올리는 한 장인이 있다. 박윤호(가명, 73세) 씨는 50년 이상을 전통 방식으로 돌담을 쌓아온 석공 장인이다.
박 장인은 말한다. “돌은 말이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사람 마음이 담기죠.” 그의 하루는 단단한 돌 위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얹는 시간이다.
장인의 하루 돌담은 단단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인내의 결과다
박윤호 장인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돌을 먼저 본다. 돌은 절대 억지로 끼워 넣을 수 없다. 돌의 모양, 무게, 균형을 손으로 만져가며 맞춰야 한다. 전통 돌담은 시멘트를 쓰지 않는다. 돌과 돌이 스스로 힘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잡는다.
그는 하루 평균 30~40개 정도의 돌만을 올린다. “급하면 담이 무너져요. 성질내면 손 다쳐요.” 특히 오래된 한옥 마을이나 문화재 구역에서는 그의 손을 찾는 곳이 많다. 몇 년 전에는 충북 괴산의 폐가 마을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1년간 전통 돌담 80m를 복원했다.
사람의 눈과 손이 만든 곡선이 아름다운 장인의 하루
돌은 직선으로 쌓으면 금세 기운다. 박 장인은 담을 쌓을 때 살짝 안으로 기울게 만든다. 그 각도는 그의 눈과 손이 결정한다. “줄자 안 써요. 손이 제일 정확해요.”
한 번은 예산 향교 뒤편의 돌담 복원 공사를 맡았다. 그곳은 1930년대에 쌓인 담으로, 당시 장인들의 기법을 그대로 되살려야 했다. 박 장인은 그 시대 돌을 그대로 남겨두고, 새로 쌓는 구간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조율했다. 그 작업은 4개월이 걸렸고, 완성 후 주민들은 “옛날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며 박수를 보냈다.
장인의 하루엔 돌 하나에도 온기가 배어 있다
누군가는 돌을 차가운 물체라 말하지만, 박 장인에게 돌은 살아 있는 존재다. 크고 작은 돌을 손에 쥐고 무게를 느끼고, 어느 자리에 어울릴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마치 사람을 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겁다고 다 바닥에 두면 담이 서지 않아요. 무거운 돌이 위로 올라갈 때도 있어요. 딱 어울리는 자리가 있거든요.” 이런 감각은 50년 동안 손으로 돌을 다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돌담은 마을의 얼굴이자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믿는 장인의 하루
박윤호 장인은 지금도 마을 주변의 담을 손수 손질한다. 비가 많이 온 날이면 담이 무너지지 않았는지 돌며 확인하고, 균열이 생긴 곳은 다시 메운다.
“이 담은 내가 만든 거지만, 이 마을 사람들이 지켜주는 거예요.” 그는 담을 통해 사람들의 하루를 연결하고, 세월을 기록한다. 그렇게 돌담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공동체의 기억이 된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하나의 돌에 마음을 얹고, 하루하루를 단단히 쌓아 올리는 시간이다.
충남 예산, 전통 돌담을 맨손으로 쌓는 석공 장인이 있다. 돌에 사람의 마음을 얹는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