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나무 숟가락을 깎는 수공예 목기 장인
누군가는 플라스틱 숟가락을 쓰고, 누군가는 스테인리스 식기를 선호하지만, 여전히 나무 숟가락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손에 닿는 촉감과 입안에 닿는 감각이 주는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좁은 골목 끝, 작고 조용한 목공 공방에는 최도열(가명, 66세) 장인이 있다. 그는 38년간 나무 숟가락과 국자, 젓가락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온 전통 수공예 목기 장인이다.
그는 말한다. “숟가락은 입으로 들어가는 물건이잖아요. 만드는 손이 정직해야 그걸 쓰는 사람도 안심하죠.”
장인의 하루엔 나무는 느리게 자라고, 숟가락도 느리게 만들어진다
최 장인의 하루는 나무를 만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목기 제작은 나무 고르기부터가 작업의 시작이다. 그는 통나무를 직접 구매해 건조시키고, 결이 잘 드러나는 부위를 선택해 잘라낸다. 대부분 느티나무, 오동나무, 밤나무 등이 사용된다.
그는 “나무는 생명이에요. 결을 무시하면 반발해요. 자기 결대로 깎아야 해요”라고 말한다. 결을 무시하면 나무는 갈라지거나 휘어진다. 숟가락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4일 이상이 걸린다. 칼로 깎고, 줄로 다듬고, 사포질을 하고, 천연 오일로 마감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입에 닿는 곡선, 손에 맞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장인의 하루
숟가락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곡선’이다. 단순히 퍼먹는 도구가 아니라, 입에 닿는 그 미세한 감각을 고려해야 한다. 최 장인은 곡면을 깎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
기억에 남는 주문은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부부가 서로에게 줄 목기를 주문했을 때였다. 그는 두 사람의 이름 이니셜을 손잡이에 조각해주고, 나뭇결이 살아 있는 숟가락과 국자 세트를 만들어 전달했다. 고객은 “이 숟가락으로 매일 밥을 먹으면 서로의 정이 더 깊어질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인의 하루는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중에 판매되는 나무 숟가락은 대부분 기계로 찍어낸 제품이다. 반면 최 장인이 만든 숟가락은 하나하나 결이 다르고 곡선이 다르다. “기계는 똑같이 만들지만, 사람 손은 같은 걸 두 번 못 만들어요. 그게 따뜻함이죠.”
그는 하루에 많아야 3개에서 5개 정도만 만든다. 느리지만 정확하고, 정성이 깃들여 있다. 공방 벽면에는 수십 개의 숟가락이 걸려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이 없다. 손님은 그 안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숟가락을 찾아간다.
숟가락은 밥보다 먼저 입에 닿는 기억이다라고 믿는 장인의 하루
최 장인의 공방은 나무 냄새로 가득하다. 한쪽엔 통나무들이 쌓여 있고, 다른 한쪽엔 말라가는 나무 조각들이 놓여 있다. 그의 작업대에는 사포 가루와 나뭇조각이 흩어져 있지만, 모든 도구는 정돈돼 있다.
“숟가락은 그냥 도구가 아니에요. 사람 입에 닿는 건 정성이고, 그 정성이 밥맛도 바꿔요.” 그는 오늘도 천천히 나무를 깎고 다듬는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의 밥상 위에 그 숟가락이 올라가 따뜻한 한 끼를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식사보다 먼저 마음을 담는 일로 채워진다.
서울 종로, 나무 숟가락을 깎는 수공예 장인이 있다. 입에 닿는 곡선을 만드는 그의 따뜻한 하루를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