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액자를 다시 살리는 액자 복원 장인

goomio1 2025. 7. 22. 07:11

장인의 하루는 액자 속 사진보다 먼저 기억을 감싸는 것이다

오래된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액자가 먼저 눈에 띈다. 빛바랜 틀, 벗겨진 금박, 긁힌 나무결.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억과 추억을 감싸는 외피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작은 작업실에서 홍재훈(가명, 63세) 씨는 오늘도 낡은 액자를 복원하고 있다. 그는 35년 넘게 액자 제작과 복원만을 해온 장인이다.

홍 장인은 말한다. “액자는 안에 담긴 걸 지켜주는 껍데기 같아요. 껍데기가 망가지면 안의 기억도 흐려지죠.” 그의 하루는 낡고 닳은 액자들을 다시 온전한 기억의 틀로 되살리는 일로 가득하다.

 

낡은 액자를 다시 살리는 액자 복원 장인의 하루

액자 하나에 담긴 시간의 무게가 장인의 하루이다

액자 복원은 목재, 도장, 유리까지 모든 부분을 다루는 정교한 작업이다. 홍재훈 장인은 오래된 액자를 가져오면, 먼저 틀의 수축과 틀림, 색상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나무가 얼마나 살아 있느냐예요. 죽은 나무는 다시 못 써요.”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60년 전 가족사진을 담았던 손바닥만 한 액자 복원 이야기가 있다. 금박은 다 벗겨지고, 유리는 깨졌지만 고객은 “이건 어머니 유품이에요”라며 맡겼다. 홍 장인은 원래의 나무틀을 그대로 살리고, 유리도 뿔난 형태로 맞추어 넣었다. 완성된 액자를 건네받은 고객은 “액자 하나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게 할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장인의 하루에 시작되는 복원은 액자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요즘은 프레임을 기계로 자르고 붙이는 시대지만, 홍 장인은 여전히 톱과 사포, 붓을 사용한다. 그는 말한다. “새로 만드는 건 정답이 있어요. 복원은 감각이 필요하죠. 얼마나 남기고, 어디까지 살릴 건지 판단이 중요해요.”

한 번은 유화가 들어간 고급 액자 복원을 맡았는데, 틀이 틀어져 캔버스까지 훼손될 위험이 있었다. 그는 모든 부분을 분해한 뒤, 유화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틀만 재조립해 냈다. 작품은 원래의 기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다시 벽에 걸릴 수 있었다.

 

액자 속 세월을 다시 걸어주는 장인의 하루

홍재훈 장인의 공방은 말 그대로 '시간의 틀'을 다루는 곳이다. 작업실 한쪽엔 옛날 흑백사진 액자부터 조선시대 병풍틀까지 다양한 프레임들이 줄지어 있다.

“사람들은 사진만 봐요. 저는 액자부터 봐요. 그걸 통해 사진 속 시간이 더 선명해져요.” 그는 오늘도 나무틀을 갈고, 벗겨진 금박을 다시 덧입힌다. 그리고 그 액자를 조심스레 사진과 함께 고객에게 건넨다. 그 순간, 시간은 다시 사람 곁에 돌아온다.


서울 방배동, 낡은 액자를 복원하며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장인이 있다. 사진보다 먼저 시간의 틀을 손질하는 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