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금이 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동네 도자기 수리 장인

goomio1 2025. 7. 21. 07:16

깨진 그릇에도 사람의 정이 담겨 있다고 믿는 장인의 하루

누군가는 금이 간 그릇을 보면 버릴 생각을 한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 금 사이에 남은 이야기를 본다. 그릇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수십 번의 식사, 대화를 함께 한 도구이자, 한 가정의 일상이 담긴 기억이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골목 어귀의 작은 공방에서 정희찬(가명, 61세) 씨는 오늘도 조용히 깨진 도자기 조각을 맞추고 있다. 그는 35년 이상 도자기 수선과 금박 복원 기법을 연구해 온 장인이다.

정 장인은 말한다. “깨진 그릇은 흔하죠. 하지만 그걸 다시 이어주는 일은 흔하지 않아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버려진 도자기 조각들 속에서 사람들의 정과 기억을 다시 꿰매는 일로 채워진다.

 

금이 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동네 도자기 수리 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엔 도자기 금을 잇는 기술과 마음을 잇는 손이 있다

깨진 도자기를 붙이는 일은 단순한 접착이 아니다. 정 장인은 먼저 도자기 종류, 유약 상태, 파손된 형태를 분석한 뒤 맞춤형 복원 기법을 선택한다. 특히 그는 일본의 전통 기법인 '킨츠기(金継ぎ)'에서 영향을 받아, 깨진 부분에 금가루를 섞은 천연 수지를 발라 수선을 마무리한다.

한 번은 50년 전 할머니의 혼수 그릇을 가져온 중년 여성이 있었다. 밥그릇 하나가 반으로 쪼개진 상태였지만, 그는 원형 그대로 붙이고, 금선을 넣어 복원했다. 그릇을 본 여성은 “이제 이 그릇이 우리 가족의 대물림이 될 것 같아요”라며 울먹였다.

정 장인은 금을 입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빠르면 보기 좋지만, 오래가는 건 천천히 만들어야죠.”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온도와 촉감이 서려 있는 장인의 하루

도자기 수리는 전부 손작업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파손된 조각의 곡률, 유약의 두께, 손의 압력까지 모두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희찬 장인은 다양한 접착 재료와 열처리 방식을 자유롭게 사용하지만, 기본은 ‘느림’과 ‘감각’이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작업으로, 고려청자 복원 사례를 이야기한다. 깨진 채 박물관에도 전시되지 못했던 유물급 도자기를, 유사 유약과 손 유약기법을 사용해 복원했고, 현재는 전시 공간에 다시 올라가 있다. “이건 문화재라기보단, 조상들의 숨결을 복원하는 일이었어요.” 그는 그렇게 장인이자, 기록자의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

 

금이 간 그릇에서 빛이 흘러나올 때 장인의 하루는 마감한다

요즘은 값싼 식기가 넘쳐나고, 도자기를 수선하기보다 그냥 새로 사는 시대다. 하지만 정희찬 장인은 여전히 작업대를 떠나지 않는다. 그의 공방 한켠에는 금이 덧입혀진 그릇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접시, 종지, 찻잔, 항아리까지.

“깨진 자국을 감추는 게 아니라, 그걸 드러내는 게 진짜 복원이에요.” 그는 금으로 이어 붙인 선을 ‘상처가 아닌 장식’이라 부른다. 오늘도 그는 깨진 조각을 맞추고, 금가루를 살살 묻힌 붓으로 도자기 위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 도자기를 다시 손에 들려주는 순간, 누군가의 기억이, 삶이, 식탁이 다시 시작된다.


서울 은평구, 깨진 도자기에 금을 입히며 복원하는 장인이 있다. 상처를 예술로 바꾸는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