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종이 우산을 만드는 한지 장인
하늘 아래 핀 한지 꽃, 전통 우산을 만드는 장인의 하루
우산은 비를 피하는 도구지만, 전통 종이우산은 문화다. 조선시대 양반과 기녀, 서민까지도 사용하던 종이우산은 이제 거의 사라진 물건이 됐지만,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한켠에서는 아직도 손으로 종이우산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장용수(가명, 71세) 씨. 그는 전통 한지우산을 45년간 만들어온 유일한 생존 장인 중 한 사람이다.
장 장인은 말한다. “한지 우산은 단순히 우산이 아니에요. 비 오는 날, 우산 아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기는 거죠.” 그의 하루는 나무와 한지, 송진과 실로 조용히 우산을 짓는 일로 가득하다.
장인의 하루는 한지와 대나무로 빚는 전통의 손맛이다
전통 우산은 40개가 넘는 공정을 거친다. 대나무를 깎아 틀을 만들고,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송진을 발라 방수까지 해야 한다. 하루 한 개 만들기도 어렵다. “대나무는 숨을 쉬는 재료예요. 너무 마르면 깨지고, 너무 젖으면 휘어요.”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국악 공연용 전통 우산 10개 제작 의뢰가 있었다. 단순 소품이 아닌 실사용용으로 요청한 터라, 그는 방수와 구조에 더욱 신경 써 제작했다. 특히 문양은 전통 목판을 활용해 붓으로 직접 그렸다. 완성된 우산은 국립극장에서 무대에 올랐고, 관객들은 “살아있는 유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잊혀진 기술, 손끝으로 전하는 장인의 하루
장용수 장인은 더 이상 스승도, 제자도 없이 혼자 작업한다. “이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요. 돈이 안 되거든요.” 그는 대나무를 직접 산지에서 가져오고, 한지도 주문 제작한다. 심지어 접는 방식도 모두 손으로 계산해 만든다.
그는 종종 전통문화 강연이나 체험 프로그램에 초청받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예쁘다”는 말만 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이 우산을 직접 써보면 달라질 텐데…” 그는 조용히 웃는다.
장인의 하루는 한지가 비를 맞을 때, 이야기가 흐른다
장용수 장인의 우산은 박물관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살아난다. 종종 작가, 사진가, 문화유산 애호가들이 그를 찾아온다.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는 대나무를 깎고, 한지를 말리고, 붓으로 문양을 그리고 있다. “종이우산이 비를 맞는 소리는 참 예뻐요. ‘탁탁’ 거리는데, 그게 사람 마음도 다독여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사라져 가는 기술을 조용히 이어가는 시간이다.
서울 북촌, 전통 종이우산을 손으로 만드는 장인이 있다. 한지 위에 문화와 기억을 새기는 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