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시소를 고치는 놀이터 장인
멈춰 선 놀이기구, 다시 웃게 하는 사람 장인의 하루에 있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세상이다. 그곳에는 미끄럼틀, 그네, 시소처럼 단순하지만 오래된 놀이기구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기구들도 삐걱거리며 멈춘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그 기구들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서울 도봉구 작은 공원 근처, 이규진(가명, 65세) 씨는 오늘도 시소를 고치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놀이터 놀이기구 수리만을 전문으로 해온 장인이다.
이 장인은 말한다. “시소는 단순해 보여도, 아이들의 마음이 오가는 다리 같은 거예요. 그냥 고치는 게 아니라, 다시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그의 하루는 그렇게 멈춰 선 놀이기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로 시작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도록 만드는 장인의 하루
놀이터 수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소 하나를 고치기 위해서는 구조를 완전히 분해하고, 축과 받침대를 새로 맞춰야 한다. 특히 오래된 시소는 부품이 부식돼 있거나 아예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규진 장인은 필요한 부품을 직접 깎고 용접해 만든다.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25년 된 초등학교 앞 놀이터의 시소 복원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시소는 구조물 대부분이 녹슬고 앉는 판이 깨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버리지 않고, 철 구조물을 전부 분해해 녹을 제거하고, 나무판은 국산 참나무로 교체했다. 완성된 시소를 다시 탄 아이들은 “새 시소보다 더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때 이 장인은 오래된 시소에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시소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다 장인의 하루다
이규진 장인은 시소를 ‘균형의 기구’라고 부른다. “시소는 양쪽이 똑같이 움직여야 재미있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너무 한쪽으로 기울면 안 되죠.” 그래서 그는 수리할 때 단순히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게중심과 반발력을 꼼꼼히 맞춘다.
특히 장애인 놀이터, 유아용 놀이터 등 특수 목적 놀이기구도 많이 다룬다. 한 번은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시소 제작 의뢰를 받았다. 일반 시소보다 움직임이 부드럽고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가야 했기에, 그는 스프링과 무게 중심을 다시 설계했다. 완성된 시소를 타는 아이들을 보며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웃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장인은 그 말을 들으며 ‘내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오래된 놀이터, 장인의 하루에 다시 살아나다
요즘은 대형 놀이시설 회사들이 설치한 놀이터가 많지만, 이규진 장인은 여전히 동네 놀이터를 지킨다. “작은 공원도 아이들에겐 큰 세상이죠.” 그는 오늘도 골목길을 돌며 오래된 놀이기구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소에 직접 연락해 필요한 수리를 자청하기도 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시소 부품, 그네 체인, 미끄럼틀 손잡이 등이 쌓여 있다. 모두 남들이 버린 부품이지만, 그는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새 거인지 아닌지 몰라요. 그저 재미있고 안전하면 돼요.” 오늘도 그가 고친 시소 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그 소리가 바로 이규진 장인의 하루를 채우는 가장 큰 보람이다.
서울 도봉구 골목, 오래된 놀이터 시소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장인이 있다.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는 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