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가죽 가방을 되살리는 수선 장인
장인의 하루는 낡은 가죽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되살리는 사람이 있다
가죽 가방은 단순히 물건을 담는 용도 그 이상이다. 오래 쓸수록 색이 변하고 주름이 생기며, 그 사람의 시간과 습관이 그대로 스며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가방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낡고 해어진다. 서울 중구 을지로 골목 어귀, 작은 지하 작업실. 그곳에서 박민호(가명, 66세) 씨는 오늘도 오래된 가죽 가방을 고치고 있다. 그는 40년 가까이 가죽 가방 수선 전문 장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박 장인은 “가방은 주인의 얼굴이에요. 함부로 버리면 주인의 시간을 버리는 거랑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찢어진 가죽을 꿰매고, 낡은 손잡이를 교체하며, 가방 안쪽 안감까지 새로 손본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사람들의 오래된 기억과 물건을 되살리는 일로 가득하다.
장인의 하루 가죽은 고치는 게 아니라 길들인다
가죽 수선은 단순한 봉제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박 장인은 먼저 가방 전체를 살핀다. 가죽의 두께, 늘어난 부위, 긁힘과 스크래치까지 손으로 직접 만져본다. “가죽은 다 살아 있어요. 손으로 만져봐야 진짜 상태를 알 수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의뢰는 결혼식 때 받은 30년 된 서류 가방이었다. 의뢰인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 가방을 다시 쓰고 싶다며 찾아왔다. 손잡이는 떨어지고, 모서리는 다 해어져 있었지만, 박 장인은 원형을 최대한 살려 복원했다. 특히 손잡이는 새 가죽으로 교체하는 대신, 원래 가죽을 덧대고 내부에 심지를 넣어 탄탄하게 보강했다. 의뢰인은 수리된 가방을 보며 “아버지 손때 그대로네요”라고 말했다.
사람의 습관이 가죽에 남는 장인의 하루
박 장인은 가방을 수리할 때 그 가방을 쓰는 사람의 습관까지 고려한다. 누군가는 항상 어깨에 메고, 누군가는 손에 쥐고 다닌다. 그래서 손잡이 두께나 스트랩 길이, 무게 중심까지 조정한다. “가죽은 사람의 움직임을 기억하거든요.”
그는 특히 클래식 가방이나 해외 브랜드의 오래된 제품을 많이 다룬다. 수입 가죽이 많아 복원도 쉽지 않지만, 그는 가죽 종류에 맞는 전용 오일과 실을 직접 고른다. 한 번은 유럽에서 50년 된 여행용 트렁크를 복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그 트렁크를 한 달에 걸쳐 해체하고, 안감부터 가죽 겉면까지 전면 수리했다. 완성된 트렁크는 새것처럼 보였지만, 주름과 색은 그대로 살려 오래된 멋을 유지했다.
장인의 하루엔 오래된 가방이 다시 길을 떠난다
요즘 사람들은 가방이 해지면 바로 버리거나 새것을 산다. 하지만 박민호 장인은 여전히 가죽 수선을 고집한다. 그는 말한다. “가방이든 사람이든, 오래된 게 더 멋있어요. 고칠수록 더 가치가 있죠.”
그의 작업실에는 10년, 20년 넘은 가방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그중에는 단골 고객들이 맡긴 가방도 많다. 어떤 고객은 해마다 같은 가방을 맡기며 “이번에도 잘 부탁해요”라고 인사한다. 박 장인은 그런 순간이 가장 보람차다고 말한다.
오늘도 그의 손끝에서는 낡은 가죽이 다시 부드러운 빛을 되찾고, 해어진 부분이 다시 견고하게 이어진다. 사람들은 다시 그 가방을 메고 길을 떠난다. 그 가방과 함께, 오래된 시간도 다시 길을 걷는다.
서울 을지로 골목, 오래된 가죽 가방을 되살리는 장인이 있다. 낡은 가죽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