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의자를 다시 앉을 수 있게 만드는 수리 장인
장인의 하루는 오래된 의자에도 기억이 앉아 있다
의자는 단순히 앉는 도구 그 이상이다. 누군가의 일상과 기억, 가족의 식탁과 책상 옆 자리에 늘 함께 있다. 하지만 오래 쓰다 보면 의자는 삐걱거리고 천은 해어지고 다리는 부러지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의자를 버리지만, 서울 성북구의 작은 목공소에서는 박재훈(가명, 63세) 씨가 오늘도 의자를 고치고 있다. 그는 35년간 의자 수리만 전문으로 해온 장인이다.
박 장인은 말한다. “의자는 사람 몸을 닮았어요. 뼈가 부러지면 붙이고, 살이 찢어지면 꿰매고.” 그의 하루는 고장 난 의자를 다시 앉을 수 있게 만드는 일로 채워진다.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과 일상을 복원하는 것이다.
의자 하나에도 손이 많이 가는 장인의 하루
의자 수리는 단순히 나사를 조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박 장인은 의자를 완전히 분해한 뒤 프레임의 균형부터 다시 잡는다. 오래된 나무는 비틀어지기 때문에, 다시 곧게 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구는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해요. 손으로 만져봐야 삐뚤어진 걸 알 수 있죠.”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50년 된 할머니의 식탁 의자였다. 손녀가 의자를 들고 와 “할머니가 매일 쓰시던 거라 버릴 수 없어요”라고 부탁했다. 의자는 다리가 부러지고 천은 찢어져 있었지만, 박 장인은 나무 접합 부분을 다시 맞추고, 원래 천 색깔에 최대한 가깝게 천을 교체했다. 완성된 의자를 보고 손녀는 “할머니 집 냄새가 나요”라고 말했다.
의자는 사람의 자세를 기억한다고 믿는 장인의 하루
박재훈 장인은 의자를 수리할 때 사람의 앉는 습관까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앞으로 기대고, 누군가는 뒤로 눕듯이 앉아요. 그게 의자에 그대로 남아요.” 그래서 그는 수리할 때 좌판의 각도, 등받이의 곡선까지 조정한다.
특히 사무용 의자나 카페 의자처럼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경우엔 더 신경을 쓴다. 한 번은 유명 독립서점에서 오래된 의자 30개를 맡긴 적이 있다. 그는 2주간 매일 작업하며 좌판에 들어가는 스펀지 두께를 조금씩 다르게 조정해 완성했다. 서점 대표는 “손님들이 앉을 때마다 편하다는 말을 해요”라며 고마워했다.
장인의 하루에 태어난 오래된 의자가 다시 자리를 지키다
요즘은 의자가 고장 나면 대부분 새것으로 바꾼다. 하지만 박재훈 장인은 여전히 오래된 의자를 고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새 의자도 좋지만, 오래된 의자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의 작업실에는 여러 시대의 의자가 줄지어 있다. 70년대 학생용 의자, 80년대 사무용 의자, 최근 트렌디한 카페 의자까지. 모두 다리는 고쳐졌고, 천은 새로 입혀졌지만 원래 모습은 그대로다.
오늘도 그는 오래된 의자 앞에 앉아 나무를 다듬고, 천을 바르고, 나사를 조인다. 누군가는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누군가는 식사를 하고, 또 누군가는 오래된 친구를 기다릴 것이다. 의자가 다시 자리를 지키면, 사람도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온다.
서울 골목, 오래된 의자를 다시 앉을 수 있게 만드는 장인이 있다. 삐걱거리는 기억까지 고치는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 장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