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자전거에 생명을 불어넣는 수리 장인
멈춘 바퀴, 다시 굴리는 손끝에서 장인의 하루가 시작된다
도시를 달리는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발이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동반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바퀴는 닳고 체인은 녹슬어 멈춰 서게 된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골목, 낡은 자전거들이 줄지어 놓인 곳이 있다. 그곳에서 정성훈(가명, 61세) 씨는 오늘도 자전거를 고치고 있다. 그는 35년 넘게 자전거 수리만을 해온 장인이다.
정 장인은 말한다. “자전거는 멈춰 있어도, 사람 마음까지 멈춰있진 않아요. 고치면 다시 굴러가죠.” 그의 하루는 그렇게 고장 난 자전거를 다시 살려내는 일로 시작되고 끝난다. 큰 간판도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망원 자전거 아저씨’라 불리는 그는 오늘도 뚝딱뚝딱 소리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뚝딱뚝딱, 바퀴를 돌리는 정성으로 장인의 하루가 만들어진다
자전거 수리는 단순한 부품 교체 이상의 일이다. 정 장인은 먼저 자전거 전체를 살핀다. 프레임의 휨, 핸들의 높이, 브레이크의 상태, 체인의 장력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눌러보고 확인한다. “눈으로만 보면 모르는 게 많아요. 손으로 만져봐야 진짜 상태를 알죠.”
기억에 남는 일로, 20년 된 클래식 자전거를 들고 온 손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자전거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탔던 것이었다고 한다. 프레임에 녹이 슬고, 타이어는 완전히 닳았지만, 정 장인은 버리는 부품 없이 최대한 원래 상태를 살렸다. 심지어 중고 부품 창고를 뒤져 1990년대 스타일 핸들바를 찾아 교체했다. 완성된 자전거를 보고 손님은 “그때 그 기분이 다시 나는 것 같아요”라며 감동했다.
장인의 하루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정성훈 장인은 자전거 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말한다. “빠르게만 가려고 하면 안 돼요. 사람도 자전거도 중심을 잡아야 오래 가요.” 그는 수리할 때 항상 바퀴의 수평과 체인의 텐션을 정확히 맞춘다.
특히 아이들 자전거 수리에는 더 신경을 쓴다. “아이들은 중심 잡기가 어려우니까 더 세밀하게 조절해야 해요.” 그는 지역 아동센터와 협력해 어린이 자전거 무료 점검 행사도 자주 연다. 한 번은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가 넘어져 울다, 수리 후 다시 타는 모습을 보고 “이 맛에 일을 계속한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정 장인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체형, 습관, 주행 거리까지 고려해 맞춤형으로 조정한다. 그래서 그의 가게에는 단골이 많다. 어떤 이는 20년째 같은 자전거를 정 장인에게 맡기고 있다.
바퀴가 다시 돌면, 마음도 굴러가는 장인의 하루
요즘은 전기자전거나 공유자전거가 늘어나면서 개인 자전거 수리점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성훈 장인은 여전히 자신의 방식대로 하루를 보낸다. 가게 문을 열고, 낡은 공구들을 꺼내 정리하고, 들어온 자전거를 한 대씩 살핀다.
그는 말한다. “자전거는 결국 사람 마음이랑 같아요. 멈춰 있어도 고치면 다시 갈 수 있어요.” 가게 한쪽 벽에는 그가 고친 자전거 사진들과 손님들이 남긴 메모들이 붙어 있다. “덕분에 다시 달릴 수 있었어요.”, “오래된 자전거에 새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들이 그를 다시 공구 앞에 서게 만든다.
오늘도 그의 가게 문 앞에는 자전거 두세 대가 놓여 있다. 그리고 바퀴는 다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정 장인의 하루는 그렇게 멈춘 것들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장인의 하루가 시작되는 서울 망원동, 고장 난 자전거를 다시 살리는 장인이 있다. 멈춘 바퀴와 사람의 마음까지 굴리는 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