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손으로 엮는 전통 부채 장인
장인의 하루는 바람을 담는 손끝의 기술이다
뜨거운 여름날, 바람 한 줄기가 간절할 때 사람들은 선풍기나 에어컨을 찾지만, 예전에는 부채 한 장으로 더위를 이겨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전통 부채, 그 부채를 여전히 손으로 엮어내는 장인이 있다. 서울 강동구 한옥마을 근처, 오래된 공방에서 조현섭(가명, 67세) 씨는 오늘도 대나무와 한지를 다듬고 있다. 그는 40년 넘게 전통 부채를 제작해 온 장인이다.
조 장인은 “부채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가 아니에요. 마음과 예의를 담는 물건이에요”라고 말한다. 부채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는 대나무를 직접 쪼개고, 한지를 손으로 발라 붙이며, 색과 무늬까지 손으로 그려 넣는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정성스럽게 흘러간다.
부채 한 장, 사람의 얼굴을 닮는 장인의 하루
부채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먼저 대나무를 손으로 쪼개고, 얇은 살을 일정한 두께로 다듬는다. 그다음 한지에 풀을 발라 대나무 살에 붙이고, 무늬를 넣은 뒤 건조한다. 조 장인은 하루에 많아야 두세 장 정도만 만든다. “기계로 찍어내는 부채는 많지만, 손으로 만든 건 한 장 한 장 다 달라요. 사람 얼굴처럼.”
특히 그는 사람마다 어울리는 부채 모양이 다르다고 말한다. 얼굴형, 손 크기,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부챗살의 개수와 크기, 곡선까지 조정한다.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결혼식을 앞둔 신부를 위한 특별한 부채를 제작했던 일을 들려줬다. 그 부채는 순백색 한지 위에 은은한 금빛 무늬를 넣고, 손잡이는 백송나무로 제작해 특별함을 더했다. 신부는 그 부채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이건 평생 간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부채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장인의 하루가 담겨있다
조현섭 장인은 부채를 단순한 여름 용품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담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부채질을 할 때는 마음도 같이 움직여요. 그래서 부채는 성급하게 만들면 안 돼요.” 그는 특히 전통 혼례, 다도 모임, 전통 행사 등에서 사용되는 의식용 부채도 제작한다.
한 번은 지역 문화재단으로부터 조선 후기 스타일의 부채 복원 의뢰를 받았다. 이미 부채는 찢어지고, 색도 바랜 상태였지만 그는 원본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한지 제작부터 색소까지 옛 방식을 그대로 따라 복원했고, 그 부채는 현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는 그때 느꼈다. “부채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같아요.”
사라지는 전통, 이어지는 손끝. 장인의 하루들로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전통 부채를 찾는 이들이 줄었다. 하지만 조 장인은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공방 문을 연다.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 손이 멈추면, 이 부채도 멈추잖아요.”
그는 지금도 젊은 후배들에게 부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부채 한 장에 담긴 정성’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빠르게 만들면 쉽게 버리게 돼요. 천천히 만들어야 오래 쓰고, 오래 남죠.” 오늘도 그의 공방 창가에는 말라가는 부채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바람 없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서울 한옥마을, 손으로 부채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 전통과 마음을 엮어 바람을 담는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