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골목 간판을 되살리는 간판 복원 장인
장인의 하루엔 빛바랜 간판에도 이야기가 남아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가게 간판을 볼 수 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나무가 갈라지고, 글씨는 거의 지워져 있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간판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기억을 남긴다. 서울 종로구, 한 옛 상점가 구석에서 하영석(가명, 68세) 씨는 오늘도 낡은 간판을 손질하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간판 복원만을 전문으로 해온 장인이다. “간판은 그냥 상호명을 적는 게 아니에요. 그 가게의 얼굴이고, 주인의 인생이에요.” 그는 누군가 버리려는 간판을 다시 고치고, 빛을 잃은 글씨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의 하루는 지워진 이름을 다시 세상에 보여주는 일로 채워진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복원하는 가치를 담은 장인의 하루
하영석 장인은 복원 작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간판의 역사를 듣는다. 의뢰인에게 가게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를 물어본다. “그걸 알아야 색도, 글씨도 제대로 맞출 수 있어요.”
복원은 단순한 재도색이 아니다. 나무 간판이라면 갈라진 틈을 메우고, 철제 간판이라면 녹을 제거한 후, 원래 있던 색에 최대한 가깝게 물감을 섞어 다시 칠한다. 최근 복원한 간판은 1975년에 만들어진 중국집 간판이었다. 세월이 지나 빨간색 글씨는 거의 사라졌고, 나무틀은 썩어 있었다. 그는 나무를 새로 깎아대지 않고, 썩은 부분만 부분 보강했다. 이유는 간판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살리기 위해서다. 완성된 간판을 본 주인은 말했다. “옛날 맛이 그대로 돌아온 것 같아요.”
장인의 하루엔 글씨 하나에도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다
하 장인은 간판 복원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글씨체다. 최근 간판들은 주로 인쇄로 제작되지만, 예전 간판은 대부분 붓글씨나 손글씨였다. 그래서 그는 오래된 글씨를 일일이 따라 그리며 손맛을 살린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폐업한 세탁소의 간판 복원이었다. 그 간판은 세탁소가 문을 닫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 간판은 그대로 두자’고 요청했다. 그는 망가진 철판을 보강하고, 흐릿한 글씨를 복원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마을 사람들은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이 동네의 시간이 다시 살아났어요.”
남들은 지나쳐도, 누군가는 기억하는 이름있는 장인의 하루
하영석 장인의 작업실은 오래된 붓과 물감, 나무 조각들로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색을 섞고, 샘플을 만들어가며 간판 복원에 몰두한다. 그는 말한다. “간판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 그 이름을 기억하는 한, 계속 살아 있어요.”
지금도 그는 일주일에 두세 개씩 복원 의뢰를 받고 있다. 오래된 주택가, 골목 상점, 심지어 폐업한 가게까지. “누군가는 의미 없다고 생각해도, 누군가에게는 그 간판이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일 수 있어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고, 지워진 얼굴을 다시 그리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장인의 하루가 시작되는 서울 골목 어귀, 낡은 간판을 복원하는 장인이 있다. 지워진 이름을 다시 되살리는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